동물생산환경연구실(LEL)

Graduate school of Livestock environment

악감정 덜어내는 악취민원 앱 나왔다… 전문가 "방취림 심고 냄새저감 목표부터 설정"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23-10-11 00:00 조회 248회 댓글 0건

본문

충남대 연구진, 악취저감 실증 보고서
물리·화학적, 시각적 관리법까지 제안
"농촌은 물론 도심에도 행동지침 필요
냄새 얼마나 줄일지 합의가 중요해"

편집자주

전국 곳곳에서 '후각을 자극해 혐오감을 주는 냄새', 즉 악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악취 민원은 무수히 쌓이는데 제대로 된 해법은 요원합니다. 한국일보는 16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국내 실태 및 해외 선진 악취관리현장을 살펴보고, 전문가가 제시하는 출구전략까지 담은 기획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b8ba31ec-f066-4f54-8197-32f547803a10.png

충남대 연구원이 휴대용 측정장치를 사용해 축사 내 악취 물질을 포집하고 있다. 충남대 '축산악취 저감 실증모델 구축' 보고서 발췌

지난해 8~11월 양돈농장과 각종 공장들이 밀집한 충북 음성군의 한 지역에서 충남대 연구진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악취 설문을 진행했다. 익숙한 문서나 전화 방식이 아니라 휴대폰 앱을 활용한 새로운 기법이었다. 앱은 연구진이 자체 개발했다. 주민들이 직접 앱에 접속해 현재 위치에서 나는 냄새의 정도를 1~5단계(무취, 미약, 보통, 심함, 아주 심함)로 구분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악취 관리를 이미 잘하고 있다’는 사업주와 ‘냄새 때문에 못 살겠다’는 주민 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인식 차이를 과학적으로 좁혀보려는 시도다. 민원에서 '감정'을 덜어내고 악취가 진짜 심각한 지역을 선별해 집중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자 연구진은 다양한 방법을 제안했다.

a1cc07b8-1845-416a-841b-53e3bac211f5.png

충남대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앱을 이용해 충북 음성군 주민들을 대상으로 냄새 강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충남대 '축산악취 저감 실증모델 구축' 보고서 발췌

앱을 활용한 설문 결과를 분석해보니, 양돈농장의 경우 해당 지역 내 9곳 중 악취 농도가 '심함'과 '아주 심함'으로 응답된 비율이 50% 이상인 건 2곳에 그쳤다. 전화로 접수하는 민원보다 냄새 발생 위치와 강도, 시간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가장 대응이 시급한 곳이 어디인지도 한 번에 확인되는 것이다. 연구를 총괄한 안희권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는 "중복·악성 민원을 제거하고 객관적으로 악취 발생 경향을 파악해 개선 계획을 수립하는 데 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올 5월 내놓은 ‘축산악취 저감 실증모델 구축’ 보고서에는 앱 활용 제안과 함께 실질적인 악취 저감 방안, 농장주와 주민 간 갈등 해소 방안 등이 담겼다. 이를테면 기술적, 제도적 개선 외에 농장 입구에 방취림을 심거나 조경수를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무가 산소를 배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악취 물질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회양목, 무궁화나무, 진달래나무 등 방취에 효과적인 수종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나무 심기가 여의치 않으면 방풍벽 설치도 고려할 만하다. 방취림이나 방풍벽은 악취가 흘러나가는 걸 막기도 하지만, 냄새가 가려져 있다는 '시각적' 효과를 주기도 한다.

58fe493a-674c-4469-9cea-9136663f8eae.png

충남대 연구진은 방취림 조성, 방풍벽 설치 등이 '후각적', '시각적'으로 악취 저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충남대 '축산악취 저감 실증모델 구축' 보고서 발췌

연구진은 농장과 지자체가 악취 때문에 발생한 주민들과의 갈등에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행동지침’도 제안했다. 특히 "민원이 발생했을 때 지자체가 민원인과 농가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악취 발생을 확인하고 △민원 내용이 규제 대상과 무관하면 대화로 해결해야 함을 이해시키고 △민원 처리 경과를 반드시 알려줄 것을 지침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축산악취뿐 아니라 도심에서 발생하는 냄새 민원에도 적용할 만하다.

770b379c-37a9-4aa9-b881-640956a0e92d.jpeg

일본 취기판정사회 스케카와 히데모토(오른쪽) 회장과 주식회사 환경관리센터의 냄새·향기랩 소속 취기판정사 모로이 스미토가 8월 24일 일본 히노시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히노=오지혜 기자

연구진의 이 같은 제안은 냄새 관리 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은 일찌감치 "정확하고 객관적인 설명이 오해를 불식시키고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기반으로 악취 관리 제도를 시행해왔다.

같은 냄새라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천차만별인 만큼 '냄새 제로(0)'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스케카와 히데모토 일본 취기판정사회장은 "냄새를 완전히 없앨 순 없기 때문에 어느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저감 목표부터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전문가들이 주민과 사업장 중간에서 타협점을 이끌어내면 지역의 악취는 물론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터랙티브] 전국 악취 지도 '우리동네 악취, 괜찮을까?'

※ 한국일보는 2018년 1월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전국 모든 기초지자체 및 세종시가 접수한 악취의심지역 민원 12만6,689건과, 이 민원에 대응해 냄새의 정도를 공식적으로 실측한 데이터 3만3,125건을 집계해 분석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내가 사는 곳의 쾌적함을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위 URL이 열리지 않을 경우 링크를 복사하세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00420087210963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대전= 이현주 기자
대전= 윤현종 기자
히노= 오지혜 기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